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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공무원들은 ‘불조심’을 ‘전봇대’라 하면 믿을까

기사승인 2019.12.26  06: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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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웅석 대표기자

바보형제가 길을 걷고 있었다. 첫 번째 전봇대에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동생이 형에게 물었다. “형 저거 뭐라고 써있는 거야?”. 글을 모르는 형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전봇대’라고 말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번에는 ‘불‧불조심’이라는 표어가 붙은 전봇대가 나왔다. 동생은 형에게 또 물었다. “이건 무슨 글자야?” 형은 대답했다. ‘또‧전봇대’라고. 동생은 형은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형의 손을 잡고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 이번에는 ‘불불불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붙어있는 전봇대와 마주쳤다. 동생은 형에게 또 물었다. “이건 무슨 글자야?”. 형이 자세히 보니 글자가 6개나 됐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형은 대답했다. ‘이것도 전봇대’. 딱 여섯 글자다.

부천시가 70명(4급 직무대리 포함)에 달하는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도 장덕천 시장 취임 후 인사에 대한 철통보안으로 누가 승진하고 누가 어느 부서로 옮기는지 발표가 나기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깜깜이 인사였다. 심지어 국장들도 누가 오고 누가 가는지 알지 못하고 명단을 발표한 다음에야 알았다고 한다. 4급, 5급 간부공무원들도 발표 전까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부천시 인사는 누가 승진하고 누가 어느 부서로 가는지 말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돼왔다. 인사는 공정해야한다. 철통보안은 어쩌면 공정성을 담보한 긍정적인 인사시스템이다. 반면 인사독점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번 인사가 발표되기 전 시설직렬을 중심으로 5급 승진 후 3년이 넘어 승진(지정대리 직무대리)이 유력한 A과장이 특정 자리로 가기 위해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두고 부천시 공직사회는 “포기가 아니라 예고승진을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이 소문은 맞아 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A 과장은 이번 인사에서 빠졌다. A과장은 오는 6월말 명퇴나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B국장의 자리에 앉겠다는 희망을 절반은 이룬 셈이다. 9부 능선을 넘어섰다.

또 다른 소문은 현재 근무 중인 국장이 2020년 1월 1일부터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 공석이 되는 시설직 4급 자리에 지정대리를 발령하지 않고 C과장이 지정대리(5급 승진 후 3년경과) 자격이 갖춰지는 2월~3월까지 기다렸다가 C과장을 그 자리에 앉힌다는 소문이었다. 결국 이 소문도 맞아떨어져 가는 분위기다. 이 자리에는 직렬상 이미 지정대리로 발령받아 타부서에 근무 중인 D국장이나 A과장이 갈수 있다.

일주일 후면 장덕천 시장은 취임 3년차에 들어간다. 3년차에 접어드는 장 시장은 6급 팀장을 비롯해 5급 이상 고위직들 중 누가 어떤 능력이 있고 누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했을 것이다. 직원들의 능력과 특징을 안다는 것은 적재적소 인사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인사로 보아서는 장덕천 시장의 인사스타일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철통보안과 인사 청탁 배제를 내세우고 있으나 어떤 원칙을 둔 인사인지 알 수가 없다. 부천시 공직사회에서는 “특정라인 인사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이야기만 나돌고 있다

장덕천 시장은 취임 당시부터 인사 청탁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지속적으로 말을 해왔다. 실제로 인사 청탁이 들통(?)난 모 인사는 발표 직전 명단에서 빠졌다는 설도 있다. 아울러 청탁이 의심되는 직원들은 인사부서에 불려가거나 메시지를 통해 경고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부천시 공무원들은 “나는 인사 청탁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승진자 명단을 보면서 △E는 누구를 통해서 △F는 누구라인 △G는 어느 향우회 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철통보안 청탁배제 인사원칙은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나 바라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지 않으려는 부천시 공직사회의 정서를 장덕천 시장은 알아야 한다.

장덕천 시장은 지난 7월 인사 때 공무원노조가 “시장님의 인사 맞습니까? 기준 없는 연공서열 파괴인사, 원칙 없는 인맥‧발탁인사, 직렬간 승진 불균형 인사, 승진배수 명단 공개 없는 불투명인사 실권자의 세력 구축을 위한 인맥 인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실권자 라인을 통하지 않으면 주요보직에 임명되지 못하고 그들만의 짬짬이 회전문 인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를 근절시키지 않는다면 부천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고 지적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인사가 공무원 노조가 지적했던 그러한 인사로 치부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장덕천 시장은 부천시 공무원들은 불조심을 전봇대로 읽어준다 해서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천시 공무원들 얼굴사진으로 만든 부천시청 청사가 부천시청로비에 걸려있다.

박웅석 기자 webmaster@efocus.co.kr

<저작권자 © 부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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