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일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일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번 예방은 탄핵정국의 혼돈 속에서 위기 극복의 경험과 지혜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집권해, 경제적 위기 상황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두 사람은 내수 위축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 높은 물가와 환율 급등 등 비상계엄 사태의 후유증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2017년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렀으나, 문재인-김동연 체제에서 2017년 3.2%의 성장을 이루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달성한 사실이 대화의 주제로 올랐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문 대통령님 취임 후 바로 추경을 편성했었다"며 현재 최소 30조 원 이상의 ‘슈퍼추경’을 시급히 편성해 미래먹거리, 소상공인 지원, 청년일자리, 민생회복지원 등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행 기준금리 0.5%포인트 ‘빅컷’과 금융중개지원대출 10조 원 증액 등의 정책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적극 공감하며 "현 정부가 부자감세와 재정건전성에 집착해 재정운용을 너무 방어적, 축소적으로 해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김 지사에게 "경제 전문가로서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메시지를 계속 내주시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경제는 운용하는 사람의 역량과 철학이 정책으로 작용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화 중에는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세 차례 대면 회담 이야기도 나왔다. 김 지사는 당시 경제부총리로 세 번의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한 경험을 회상했다.
첫 대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문 전 대통령이 차분하고 또박또박 대응하며 신뢰관계로 발전시킨 과정을 설명했다. 이 성과는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는 기반이 되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내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라 부른 일화도 화제가 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화는 트럼프 2기 출범 가능성에 대비해 대한민국이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정국으로 외교적 패싱을 당할 우려와 함께 진행됐다.
김 지사는 문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 지도자 2,500여 명에게 서한을 보낸 ‘서한외교’를 설명했다. 그는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 내년 다보스포럼 초청장을 보내왔다. 국제사회가 한국 상황을 궁금해하는데, 중앙정부가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동연 지사가 대표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지사의 외교 행보를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과 김 지사의 대화는 차담과 오찬을 포함해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박정민 기자 pws21@hanmail.net